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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S

이흠의 사탕그림은 감각적이다. 극사실회화 특유의 묘사와 집요함 대신 전체 회화의 구성과 색채의 조합과 같은 감각적인 부분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화면 가득히 확대된 오색찬란한 사탕은 우리의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투명한 비닐에 쌓이거나 유리 진열장 안에서 빛나고 있는 달콤한 것들은 신비하고 영롱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실물인 듯 사진인 듯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달콤한 것들이 주는 여운은 몸의 오감을 타고 확산되어 기억 속에서 증폭된다.

사탕을 소재로 극사실회화와 추상회화를 모두 그리는 이흠의 작업은 달콤한 것들의 물질성과 비물질성을 함께 보여준다. 이전까지는 사실화 범주 안에서 사탕 혹은 달콤함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감각적인 부분을 사실화 기법으로는 만족스럽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견고하게 잘 그려진 사탕 앞에 서면 사탕을 입에 물었을 때처럼 달달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어깨의 긴장이 풀어진다. 잠시 눈을 감으면 사탕 하나에 행복했던 순수한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누군가와 행복했던 아름다운 장면이 머리 속을 스치기도 한다. 매우 복잡한 감정과 느낌을 담아 내기 위해 이흠 작가는 사실적인 회화의 다음 단계로 영역을 넓혀야 했다. 사실화는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어느 장소 건 사탕이 보이면 핸드폰 카메라를 꺼냈다. 하지만 추상의 방식은 사전 스케치와 우연적인 효과가 만나 감각의 순간을 재현해주었다. 두개의 다른 장르를 표현함에 있어 한가지 표현 방식에서 오는 갈증을 해갈해준다. 오브제 자체에 진중하게 접근하고 싶은 순간에는 사실화를 강렬한 감각으로 물감이 유연하게 캔버스 전반을 흐르고 표현을 하고 싶을 때는 추상적인 접근을 한다. 손이 잡힐 듯 퍼져 나가는 색채의 아지랑이가 머리속에 잔영처럼 남을 때가 있다. 물에 물감을 푼 듯 연기에 흩어져 은은하게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감각의 순간은 그렇게 우리에게 스며들 듯 기억된다. 이따금 추상회화는 말 안 듣는 아이처럼 작가의 마음에 만족스럽지 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과감히 사실화로 넘어가곤 한다. 극사실회화를 위해 붓을 잡으면 딱딱하게 굳어 있던 손끝이 다시 풀려 움직이는 희열이 있다. 생각이 확장되고 반복되지 않는 과정에서 사탕이라는 오브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리는 오브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그리는 행위만이 남아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