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砂糖山水 (사탕산수) / Sweets Landscape

이흠은 사탕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자신의 무의식 속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 캔버스에 담아낸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기준이라는 것은 결코 절대적일 수 없다. 작가가 겪어온 경험과 사람들, 환경 따위의 일상의 변화가 반영되어 주관적인 미의 기준을 움직여왔다. 사탕이라는 소재를 처음 만나게 된 것 역시 우연한 계기로 빠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사탕의 조형미와 색을 재구성하여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은 마치 유년시절 찰흙 장난을 하면서 만들었던 날것의 아름다움을 찾고 싶은 맥락을 이어온다. 매번 전시를 통해 조금씩 형태를 없애고 다시 재구성을 하는 작업을 이어 오던 중 최근 가장 흥미로운 소재인 ‘풍경’(Landscape)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처음엔 한국화중 산수화(山水畵)의 깊이에 관심을 갖다가 이제는 특정 절기와 시간 때만 볼 수 있는 자욱한 안개에 숨은 산 능선을 보기 위해 초겨울 동틀 무렵의 이른 시간까지도 즐기게 되었다. 안개로부터 가려진 산은 모두 보일 때보다도 훨씬 꽉 찬 느낌을 주어 때론 넋을 놓고 보고 감탄하곤 한다. 아마도 작업실을 시골 한적한 곳으로 옮긴 것이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러던 중 계속해서 그려오던 사탕의 그것을 이용해서 산수화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생겨났다. 사탕과 자연이라는 낯선 조합으로 재해석한 사탕산수라는 작업은 자연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과 몽환적인 효과로 재탄생 되었다. 스스로 한국의 정체성을 내세우기엔 산수화는 매우 낯선 소재가 되어버렸다. 문화의 단절, 예술의 다변화를 언급하기에 앞서 난 누구일까, 나를 이루는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보고 있다. 사탕으로 이루어진 산수화(山水畵)는 어딘가 어색하고 낯설지만 새롭고 익숙한 감성이 묻어난다. 익숙함의 발현 그리고 낯선 새로움 모두 나의 어딘가로부터 온 나의 일부이며 그것을 산수(山水)의 매개체로 풀어내는 것이다.

2018.12.20

Gestalt

예술을 언어로 풀이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다양한 형식의 현대미술이라는 장르 안에서 해석의 장애 때문에 언어로서의 풀이과정에서 작가가 생각한 의도대로 해석되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직접 본 사람들의 반응과 의견이 예상 밖의 재미와 기발함이 있을 것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끝내 모르고 바라본 작품의 감상 또한 새로운 소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슈탈트(Gestalt)는 형태주의 심리학(Gestalt psychologie)이라는 용어로 주로 함께 사용되고 있으며 여기서 형태주의만을 떼서 ‘게슈탈트’라 한다. 형태주의란 어떤 형태를 직면했을 때 순간적으로 연상되는 형상을 머릿속에서 전체적으로 완성시켜 인식하는 것을 일컫는다. ‘소통’ 이라는 주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나에게 게슈탈트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작업 게슈탈트는 언어 혹은 문자로 풍경을 자세히 설명한다 해도 우리는 각자의 주관적인 경험으로 타자와 나를 해석한다는 것에 대한 실험적 시도이다.

2018

나를 깨우는 달콤함 : 이흠의 사탕그림

이흠의 사탕그림은 감각적이다. 화면 가득히 확대된 오색찬란한 사탕은 우리의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투명한 비닐에 쌓이거나 유리 진열장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달콤한 것들은 신비하고 영롱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실물인 듯 사진인 듯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달콤한 것들이 주는 여운은 몸의 오감을 타고 확산되어 기억 속에서 증폭된다.

사탕을 소재로 극사실회화와 추상회화를 모두 그리는 이 흠의 작업은 달콤한 것들의 물질성과 비물질성을 함께 보여준다. 견고하게 잘 그려진 사탕 앞에 서면 사탕을 입에 물었을 때처럼 달달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어깨의 긴장이 풀어진다. 잠시 눈을 감으면 사탕 하나에 행복했던 순수한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누군가와 행복했던 아름다운 장면이 머리 속을 스치기도 한다. 입 안의 사탕이 녹아 없어질 때쯤 다시 눈을 떠보자. 강렬한 물감이 유연하게 화면 전반을 흐르고 있는 추상화가 눈 앞에 있다. 좀 전에 떠올랐던 기억의 잔영들이 뒤섞여 있는 내 머리 속을 들여다보는 듯 묘하다. 주변에는 달콤한 향기만 아련히 남아있다.
사람들은 달콤함이 주는 기쁨은 순간적이라고 흔히 말한다. 순간적이기에 더욱 매혹적이고 여운도 길 것이다. 마치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을 마주하는 것 같다. 충족을 느끼는 순간의 기쁨은 찰나이고, 사라지고 난 다음의 상실감은 긴 그림자처럼 드리워진다. 그러나 예쁘고 빛나는 달콤함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자, 이제 사탕을 하나씩 입에 넣고 전시장에 들어가자. 오감을 열고 그림들을 천천히 음미해보자. 여전히 예쁜 그림들로만 보이는가?

조의영 _ 롯데갤러리 큐레이터
2019.01.31 - 02.24